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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Seoul (2025)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알렉스 카버

2025년 4월 25일 ~ 6월 14일

날짜

2025년 4월 25일 ~ 6월 14일

위치

화이트 큐브 서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6

‘어떤 면에서 회화는 인체를 대신하거나 보완하는 인공물이다. 이를테면 피부가 확장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더해 [회화를] 홀로그램이나 정보 공간, 혹은 원시적인 형태의 문화기술로 인식한다.’

— 알렉스 카버, 2025

알렉스 카버의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는 그가 인물과 풍경이라는 가장 보편적이고 쉽게 읽힐 법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고통 가운데 있는 신체를 승화시키는 독창적인 어법을 발전시켰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분명 시대를 초월한 각종 사회적, 정치적 불안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작가의 의도는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카버에게 고통의 표현은 궁극적으로 예술적 관습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축하는 변혁적 과정이다. 이번 전시의 원제목이자 작품의 핵심 개념이기도 한 ‘effigy’는 정치적 인물을 형상화한 모형으로, 흔히 이를 불태움으로써 전이된 폭력성을 표출하는 데 사용된다. 승화된 폭력이라는 주제는 카버의 작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표제작 ‘승화’(Effigy)에서 불타는 인물의 묘사는 창조적 파괴의 가능성을 열고, 형상 재현(figural representation)의 대안적 어휘로 작동한다.

카버의 작업 과정은 다층적이다. 그에게 독특한 영감을 준 자료들이 정교한 수작업 기법과 만나 뒤얽힌다. 이번 전시작에서도 작가는 나무틀에 고정하지 않은 린넨 캔버스 위에 먼저 그림을 그리는 작업 방식을 고수했다. 또한 중세 필사본에서부터 로댕의 조각, 단테의 『신곡』을 위한 보티첼리의 삽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사적 자료뿐 아니라 의학 분야에서 가져온 이미지와 도표를 작업에 통합하는 시도도 여전하다. 가령, 초음파 스캔은 인체 분석에 사용되는 현대 영상 기술의 역할을 암시한다. 이러한 접근은 언뜻 유령 같기도 하고 엑스레이로 투시한 사물같기도 한 반투명의 형상에 의해 더욱 부각된다. 특히 신작의 경우 밑그림 속 의료 기기의 이해를 돕는 도표가 구도 형성에 기여한다. 여기에 카버는 모노프린트와 프로타주 등의 기법을 활용해 직접 전사하거나 문지르는 방식으로 부재한 대상의 형태를 환기하고, 어두운 음영을 만들거나 밝은 색의 임파스토 붓터치를 가하는 등 회화적 개입을 더했다. 이런 작업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캔버스, 즉 ‘피부’는 목재 프레임 위로 당겨져 고정된다. 

첫 번째 전시 공간에서는 작가가 '지옥‘(Inferno) 또는 '불’(Fire) 연작이라 부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4세기 걸작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지옥의 아홉 개 원을 통과하며 하강하는 여정을 모티브로 삼아 신체가 사회적, 정치적, 형이상학적 세계에서 점하는 위상을 성찰한다. 불에 의한 연소 과정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상변화(phase change)'를 수반한다. 따라서 변형의 상징이 될 뿐 아니라, 탈물질화를 통해 작품이 가진 환상성과 에너지의 분출을 더욱 부각시킨다. 한편, ‘지옥’ 연작의 구도는 화상 환자에 이식할 피부를 그물망 구조로 성형해 더 넓은 환부를 덮게 하는 ‘식피 확장기(skin-graft mesher)’ 도면에 기초한다. ‘회화는 곧 피부(painting-as-skin)’라는 은유를 문자 그대로 구현함으로써 자신의 사유와 작업 과정에 깃든 ‘프랑켄슈타인적 시도(Frankensteinian effort)’를 드러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표제작 ‘승화’(2024)의 세 인물은 활활 타오르는 붉고 노란 불길 속에 층지어 뉘어 있다. 고통과 황홀경 사이에 박제된 듯한 얼굴은 기독교 성화 속 인물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회화를 향한 작가의 종교적인 열정’을 짐작하게 한다. 화면 밖을 응시하는 인물의 시선은 관람자를 끌어들여 이 지옥도를 직시하게 한다. 끔찍한 고통의 장면은 ‘무심한 시선’(Indifferent Eye, 2024)에서도 전개된다. 작가는 수술실 구조를 바탕으로 뒤엉킨 사지와 유령처럼 흐릿한 인물들을 부드러운 필치로 표현하고, 거대한 짐승이 이 아비규환을 집어삼키는 광경을 그렸다. 한편, 다음 전시실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삼면화를 구성하는 ‘숭배자들’(The Devoted, 2025), ‘상변화’(Phase Transition, 2025) 그리고 ‘공허한 불꽃’(Hollow Fire, 2025)이다. 세 작품 위를 일렬로 행진하는 인체는 연소하며 주위 풍경 속으로 휘발된다.

갤러리의 두 번째 공간에서는 작가가 '풍경'(Landscape) 또는 '공기'(Air) 연작이라 부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인간의 존재를 의식적으로 지운 것이 눈에 띈다. 대기의 순환을 그린 듯한 풍경은 앞서 화염과 파괴를 목격하며 상한 마음에 치유와 휴식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 텍스트에서 따온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2025)이나 ‘견고한 모든 것’(All That Is Solid, 2025)과 같은 작품 제목에서 오늘날 만연한 생명정치적· 사회적 폭력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유려한 선들은 수술실의 무균 공기 순환 시스템 도면에서 가져온 것으로, 해당 설비는 화상 환자의 박테리아 감염 예방에 필수다. 작품의 지도학적 기반이자 구조적 골격의 역할을 하는 이 드로잉 위에, 카버는 또 다른 층위를 더한다. 먼저 '지옥' 연작의 요소들을 가져와 종이에 옮겨 그린 뒤, 이를 가이드 삼아 바늘로 폼코어(foam core)에 구멍을 뚫고, 다시 이 점묘층에 프로타주 기법을 적용해 환영 같은 흔적을 캔버스에 전사했다. 그 결과 인간의 자취와 파편들이 중첩된 팔림프세스트1 혹은 고고학적 유적지와도 같은 풍경이 완성되었다. 이 풍경 속에서는 형상(figure)이 배경(ground)에 우선하지 않으며 모든 층위의 그림이 대등하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두 연작을 통해 알렉스 카버는 회화라는 유연하고 은유적인 피부 위에 형상을 재현(figural representation)하거나 미학 장르적 기호를 이식하는 작업의 한계를 파헤친다. 예술적 실천으로 창출된 승화(sublimation)의 공간에 작가가 구현한 폭력성은 ‘인간 형상의 중심성을 거부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완전히 소거하고자 하는’ 불안에 찬 욕망을 반영한다. 작가는 흔히 다른 맥락에서는 생명정치적 도구나 사회적 구성물로 작동하는 인체를 원료로 삼아 기존의 회화적 관습을 전복하는 동시에 ‘재현의 윤리(ethics of representation)’라는 묵직한 주제를 천착한다.

전시 전경

주요 작품

Alex Carver

Indifferent Eye, 2024

Price upon request

Alex Carver

Phase Transitio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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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The Purge (aseptic laminar air flow),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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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All That Is Solid,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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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Primitive Accumulatio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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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Effig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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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Portrait of Alex Carver. Courtesy the artist.

알렉스 카버(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 b.1984)는 현재 뉴욕과 보이시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석사(MFA) 학위를, 쿠퍼 유니언에서 미술학사(BFA) 학위를 받았다. 최근 주요 개인전 및 2인전으로는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의 ‘Expanded Skin’(2024), 아이다호주 보이시 주립대학교 블루 갤러리의 ‘Porous Images’(2023), 스위스 바젤 민족학 박물관에서 열린 아트 바젤 파쿠르의 ‘A Desired Mesh’(2023) 전시, 뉴욕 미겔 아브레우 갤러리에서의 ‘Engineer Sacrifice’와 ‘Sequence 8: one work, on or two weeks’(모두 2022) 전시 등이 있다. 최근에 참여한 주요 그룹전으로는 딘 키식(Dean Kissick)과 엘레노어 케어(Eleanor Cayre)가 기획하여 뉴욕 나마드 컨템포러리에서 열린 ‘Ugly Painting’(2023), 뉴욕 라일스 앤 킹에서의 ‘Synthetic Bodies’(2023), 미흐나 미르칸(Mihnea Mircan)과 카시아 레지슈(Kasia Redzisz)의 큐레이션으로 루마니아 티미쇼아라에서 열린 제4회 아트 인카운터스 비엔날레의 ‘Our Other Us’(2021) 등이 있다. 한편, 알렉스 카버와 대니얼 슈미트(Daniel Schmidt)가 공동 작업한 장편 영화 ‘The Unity of All Things’는 2013년에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그 외의 영상 작품들도 런던 테이트 모던(2018), 뉴욕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2016), 베를린 국제 영화제(2015), 호주 태즈마니아 호바트 모나 미술관(2015), 스위스 제네바 현대미술센터(2014), 캐나다 밴쿠버 국제 영화제(2013) 등에서 상영된 바 있다. 알렉스 카버의 신작을 소개하는 개인전 '승화'는 2025년 4월 25일 서울 화이트 큐브에서 막을 올린다.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는 현대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 이력이 없는 비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1년 런던의 화이트 큐브 버몬지에서 시작되어, 이후 다른 화이트 큐브 지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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