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mbodied Spirit (2023)
2023년 9월 5일 ~ 12월 21일
화이트 큐브 서울의 개관을 맞아 열리는 전시 «영혼의 형상(The Embodied Spirit)»은 철학, 형이상학, 인간 행동의 동기를 탐구하는 여러 작품을 모아 한자리에 선보인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에세이 ‘영혼에 관하여’(B.C. 350년경)에서 논한 육체와 정신의 불가분성은, 연속선상에 있는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해석하며 인간 존재의 신비를 파헤치는 작품을 선정하는 단초가 되었다.
크리스틴 아이 추의 회화는 다양한 영적인 관념과 정서적 상태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무아경에 가까운 경지에 들어가고,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합일을 지향한다. 인간과 자연을 잇는 끈을 찾는 그녀의 직관이 이끄는대로 섬세한 색의 파편들이 화면 위에서 폭발하고 산산이 흩어진다. 2020년작 < Cryptobiosis >에서 (‘크립토바이오시스’란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기체가 극단적인 비활성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아이 추는 ‘거의 모든 움직임을 중지하고, 미래에 대한 확정적인 목표를 내려놓는 데서 삶의 연장과 밝은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마르게리트 위모의 광범위한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수수께끼 같은 인간의 삶 그리고 죽음 그 이후의 문제다. 위모의 조각과 그림은 이른바 ‘개인의 죽음과 인간종 사멸에 대한 인식’을 다루며, 인류의 종식 이후 세계에는 어떤 형태의 존재들이 등장할 것인가를 작가가 상상하여 구현한 결과물이다. 그 중 < The Guardian of Termitomyces >(2023)는 흰개미집에서 영감을 받은 토템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하나의 흰개미집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개미가 함께 힘을 모은다. 작가는 ‘우리의 미래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길잡이를 이와 같은 공동체적 협력에서 찾고 있다.
루이스 지오바넬리의 그림은 감정의 고조, 의례, 종교와 종교적 도상을 탐구한다. 젊은 여성이 성만찬을 하는 모습이 담긴 70년대 영화의 한 장면은 경건한 경외심, 극한의 희열, 에로틱한 황홀경 사이 어딘가에 있는 주인공을 그린 여러 작품에 영감이 되었다. 이미지 전반을 지배하는 애시드 옐로우와 그린 색조는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바뀌는 실체변화(transubstantiation)의 과정에서 비롯된 인식의 변화를 암시한다.
이진주 작가의 그림은 우리의 기억과 인지의 심리적 과정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천에 직접 안료나 먹으로 채색하는 전통 한국화 기법을 사용해 인물의 손이나 뒷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데, 작가 자신의 사적 서사와 주관적 관점에서 인지되는 디테일에 집중한다. <블랙페인팅> 연작에 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많은 사건과 상황들이 어둠 속에 감춰진 채 아직 발현되지 않은 구조를 드러낸다 [...] 나는 손이 사람의 얼굴처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레이시 에민은 인간성의 근본 요소에 대해 가혹하리만치 정직하게 파고든다. 영적인 자각과 내세는 에민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이며, 그녀의 회화와 드로잉은 사랑, 욕망, 상실, 슬픔에 관한 상념들로 가득하다. < I Have to Keep Living >(2022)에는 침대처럼 보이는 구조물 위에 뒤틀린 자세로 누워 있는 여자의 윤곽이 있다. 그 아래 흡사 유령처럼 보이는 형상들은 여인이 심적으로 매우 괴로운 상태에 있음을 암시한다. < The Next Journey >(2023)에 등장하는 인물은 석관 모양의 침대 위에 누워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타리나 프리치의 조각은 직관적 의도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한눈에 봐도 친숙한 사물이나 형상에 강렬한 단색을 입히거나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크기로 대상을 확대해 모호하고 신비로운 존재감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인간 실존에 대한 매우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2020년 작 < Hand >에서 작가는 평평한 받침대 위에 손바닥이 드러나게 편 손 하나를 올려두었다. 정교한 디테일은 실제 사람의 손을 방불케 하지만, 무광 블랙 마감이 비현실적 아우라를 풍긴다. 많은 의미와 연상의 실마리를 함축한 작품이다.
버린드 드 브렉커는 종교적 도상에 그려진 인간의 연약함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를 부여한다. 신화, 옛 거장의 명화, 기독교 전통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형상들은 비틀리고 일그러진 채 삶의 비애를 집중 조명하는데, 그 시선은 현대적이다. 팬데믹이 세계를 휩쓰는 중에도 환자를 돌본 간호사와 간병인들의 따뜻한 헌신은 < Arcangelo > 라고 이름 붙인 연작의 영감이 되었다. < Arcangelo Glass Dome II (2021–23)의 하이브리드적인 인간 형상을 감싼 부드러운 모피는 연약한 몸을 위한 보호의 은유를 확장한다.
Featured Works
크리스틴 아이 추는 1973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태어났다. 인도네시아에서 학업을 마쳤고 현재도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2018)과,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트리엔날레(2020), 런던의 왕립 미술 아카데미(2017), 타이중의 국립대만미술관(2012), 싱가포르 미술관(2012) 등에서 개최된 국제 그룹전을 포함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전시되었다.
버린드 드 브렉커는 1964년 벨기에 겐트에서 태어나 현재도 벨기에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 보네판텐 미술관(2021), 이탈리아의 산드레토 레 레바우덴고 재단(2019), 비엔나의 레오폴드 미술관(2016), 레이캬비크의 아이슬란드 국립 미술관(2016), 오스트리아의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2015)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으로는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2013)와 제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2017) 등에 참가했다.
트레이시 에민은 1963년 런던에서 태어났고 현재 런던과 프랑스 남부, 영국 마게이트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그녀의 작품은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2021-22), 런던의 왕립 미술 아카데미(2020),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2019),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의 샤토 라 코스트(2017), 비엔나의 레오폴드 미술관(2015), 플로리다 노스 마이애미의 현대미술관(2013), 부에노스아이레스 라틴아메리카 미술관(2012), 영국 마게이트의 터너 컨템포러리(2012),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2011) 등 세계 각지의 주요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카타리나 프리치는 1956년 독일 에센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뒤셀도르프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아테네의 조지 이코노무 컬렉션(2022),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교의 캔터 아트센터(2019),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워커 아트센터(2017), 독일 에센의 폴크방 미술관(2016),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2014),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2013), 일리노이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2012)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2022), 카타르 도하 박물관(2022), 스위스 바젤 쿤스트뮤지엄(2020, 2016), 뉴욕 MoMA(2018), 스웨덴 말뫼 현대미술관(2016),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2015),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매니페스타 10(2014),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2011) 등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루이스 지오바넬리는 1993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현재 영국 맨체스터에 거주하며 작품활동 중이다. 영국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2019), 영국 게이츠헤드의 워크플레이스 재단(2019), 영국 워링턴 박물관 및 미술관(2018), 영국 블랙풀의 그룬디 아트 갤러리(2016)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2021), 암스테르담의 아크조노벨 예술 재단(2021), 영국 우스터의 더 아트 하우스(2019) 등에서 열린 그룹 전시회에 참가했다.
마르게리트 위모는 1986년 프랑스 숄레에서 태어나 현재 런던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파리의 라파예트 앙티시파시옹(2021), 파리의 죄드폼 미술관(2020), 독일의 함부르크 쿤스트페어라인(2019), 이탈리아 볼차노의 무세이온(2019), 뉴욕의 뉴 뮤지엄(2018),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2017), 취리히의 하우스 컨스트럭티브(2017), 베를린의 슁켈 파빌롱(2017), 영국의 노팅엄 컨템퍼러리(2016), 파리의 팔레 드 도쿄(2016)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2022), 스위스 쿤스트할레 바젤(2021), 이스탄불 비엔날레(2019), 파리 퐁피두 센터(2019), 파리 현대미술관(2019), 뉴욕의 하이라인(2017), 프랑스의 샤토 드 베르사유(2017),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2014) 등에서 개최된 그룹전에도 참가했다.
이진주는 1980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태어났다. 현재 파주와 서울에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 아라리오 뮤지엄(2021), 로스앤젤레스 백 아트(2017), 뉴욕 두산갤러리(2014), 서울 갤러리현대(2011)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서울 송은 아트스페이스(2022), 서울 국립현대미술관(2021), 워싱턴 아메리칸 대학교 박물관(2016), 서울시립미술관(2015), 런던 한국문화원(2011)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가했다.
수잔 메이는 화이트 큐브의 글로벌 아트디렉터로 갤러리의 국제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2018년에 런던 화이트 큐브 버몬지와 메이슨스 야드에서 열린 «기억의 궁전(Memory Palace)», 2013년 화이트 큐브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스처와 기호(The Gesture and The Sign)», 2010년 런던 화이트 큐브 혹스턴 스퀘어에서 열린 «쿠퍼슈티히카비넷: 생각과 행위의 간극(Kupferstichkabinett: Between Thought and Action)» 등 다수의 전시회를 기획했다. 화이트 큐브에 합류하기 전에는 영국 근현대 미술품으로 구성된 국립 대여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 예술위원회 컬렉션 총책임자였으며, 런던 테이트 모던의 큐레이터로 재직 중에는 2003년 올라퍼 엘리아슨의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와 2001년 후안 무뇨스의 «이중 구속(Double Bind)» 등 주요 전시와 커미션을 기획한 바 있다.
Exhibition Walkthrough
The Gallery
White Cube Seoul
Situated in the heart of the bustling Gangnam-gu district and spanning over 300m², White Cube Seoul marks the gallery’s second public space in Asia.
Located in close proximity to Dosan Park and cultural institutions, including the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the striking, ceramic-encased building is also home to the Horim Art Centre, a renowned private museum with an extensive collection of Korean modern art and antiqu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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