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ji Adeniyi-Jones, Seoul (2025)
툰지 아데니-존스
무아경
2025년 1월 10일 ~ 2월 22일
한국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을 위해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맥락과 호응하는 새로운 연작을 구상했다. 이를 통해 몸, 주변 환경, 움직임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해온 그의 예술적 탐구가 새로운 갈래로 확장된다.
나이지리아계 영국 작가 툰지 아데니-존스(Tunji Adeniyi-Jones) 개인전 ‘무아경’(Immersions)은 스스로가 가진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즉 아프리카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파고든다.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뿌리인 나이지리아 요루바 민족의 전통, 서아프리카 고대사와 신화 그리고 지금 그를 둘러싼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의 작업은 이처럼 개인사적인 배경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회화를 통해 큐레이터 에코우 에슌(Ekow Eshun)이 이야기한 것처럼 ‘아프리칸의 정체성과 가능성에 대한 더 깊고 폭넓은 감각’을 모색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을 위해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맥락과 호응하는 새로운 연작을 구상했다. 이를 통해 몸, 주변 환경, 움직임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해온 그의 예술적 탐구가 새로운 갈래로 확장된다.
‘회화’가 내재한 ‘형태 및 신체성을 포착하는 성질’을 활용하여 작가는 구상과 추상의 언어가 서로 대화하도록 하는 독특한 예술적 감각을 구축했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기호들을 엮어내며, 환상적이고 동시에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의 서사와 교류의 역사에 뿌리내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툰지에게 ‘신체’는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 아니라, 그가 종종 탄력적인 춤 동작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자주적인 존재의 방식이 실험되는 장이기도 하다. 작가의 화면은 때때로 꿈틀대며 캔버스를 유영하는 듯 가로지르기도 하는, 성별이 분명하지 않은 인물들로 가득 채워진다. 이는 나이지리아 요루바 부족의 바디 페인팅과 흉터로 신체를 장식하는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지만, 작가는 그 특이성을 다소 이완시켜 그려낸 몸들이 ‘다양한 역사와 공간을 횡단하고 그 간극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석의 여지를 준다. 한편, 그의 작품에서 추상은 ‘또 다른 유형의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려내는 수단이다. 그 ‘경계 상태에 있는’ 공간에서 작가가 그리는 몸은 신성성 그 자체이자, 상징이며, 신화적 생명체로서 존재한다.
툰지 아데니-존스의 회화 속 신체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초록의 수풀 같으면서도 영국 미술공예운동의 장식성을 떠올리게 한다. 배경을 가득 채운 잎사귀 모양의 형상들은 분절된 몸의 곡선과 조화를 이루며, 작품에 역동성과 리듬감을 부여한다. 이는 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그는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의 유연성을 자아의 다원성에 대한 은유로 삼고, 이를 통해 흑인의 몸에 투영된 다양한 욕망에 저항한다. 작가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성행했던 노예무역 시대에 아프리카인이 향유한 춤에 대해 연구해왔다. 또한 그 전통이 어떻게 보존되고 재창조되었으며, 아프리카인의 춤이 지금도 여전히 그들을 ‘타자화’하는 고착된 시선에 저항하고 해방감과 자율성을 고취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탐구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품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로서 할렘 르네상스를 이끌었으며, 실루엣을 이용해 다원성을 표현했던 애론 더글러스(Aaron Douglas, 1899-1979)의 영향도 엿보인다.
이번 전시 ‘무아경’은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나이지리아 국가관 출품작인 ‘천상의 모임’(Celestial Gathering, 2024)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팔라쪼 카날의 천장을 장식한 장소특정적 설치미술 ‘천상의 모임’에서 작가는 관람자와 작품이 맺는 공간적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중요한 작품을 발표한 직후 작업한 신작들로 구성되었으며, 이 작품들은 그려진 신체와 이를 둘러싼 공간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여 독창적인 시각적 어휘를 확장하려는 작가의 시도를 보여준다. 지난 5년간의 작업에서 그는 다양한 수준의 움직임을 구현했다. 무용 공연을 연상케 하는 몸짓에서부터 곡예와도 같은 다이빙 동작, 그리고 이제 “구체 궤도 운동(a spheric orbit motion)”에 이르는 진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회화에서 전제된 중력에 도전하려는 시도와 병행되었고, 그 결과 고정된 구도나 ‘진정한 북쪽’을 상정하지 않은 구성이 탄생했다. 그는 캔버스를 회전시키며 작업하여, 고정된 수평선이 없고 전경과 배경의 관계가 불안정한 공간을 창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전작과는 달리 움직이는 몸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공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작품에서는 몸이 시야에서 완전히 가려져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내 관심은 이 강렬한 인물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진동과 색의 파동을 표현하는 데 있다.”
신체는 각 작품 구성에서 출발점이자 길잡이가 되며, 겹겹이 쌓는 세심한 과정을 통해 그 형상은 점차 화면과 융화된다. 예를 들어, 전작에서라면 어깨, 척추 또는 다리의 윤곽을 드러냈던 유선형은, 이번에 공개된 신작 ‘푸른 보랏빛 탑’(Blue Violet Tower, 2024)에서는 전체 환경을 이루는 하나의 물결로 변모한다. 강렬한 색채로 화면을 채운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다르지 않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블루와 바이올렛의 조합과 레드, 펄 화이트 등의 사용이 특히 두드러진다. 색을 일종의 코드처럼 활용하는 접근은 뉴욕화파, 그중에서도 특히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8-84)의 작업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펄 화이트의 사용은 종종 서울을 뒤덮는 흰 안개와, 한국 문화에서 하늘과 절제를 상징하는 백색의 의미에서 받은 영감이 작용했다.
작가의 캔버스에 가장 마지막에 더해지는 요소는 아몬드 모양의 눈이다. 그 눈이 던지는 거침없는 시선은 작품 구성에서 일종의 구두점처럼 기능한다. 그가 그리는 신체는 결코 수동적이지 않다. 자유로운 몸은 공간을 능동적으로 점유하고, 움직이며, 관통한다. 물론 그려진 몸은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이지만, 그 눈은 작품을 바라보는 이를 향해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흑인 정체성과 타인이 던지는 ‘타자화’의 시선을 동시에 인식하는 상태를 뜻하는 W.E.B. 듀보이스의 ‘이중 의식’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주체성과 타자의 기대가 부딪히는 긴장이 감도는 공간에서 작가의 추상화된 몸은 자아의 본질적인 다면성을 표상한다.
툰지 아데니-존스는 1992년 런던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에 영국 옥스퍼드대 러스킨예술대학에서 미술 학사 학위를 받은 후, 2017년 예일 미술 대학원에서 회화와 프린트 전공으로 MFA 학위를 받았다. 최근의 주요 개인전은 화이트 큐브 홍콩(2023), 뉴욕 FLAG 예술 재단(2023), 멕시코시티 모란 모란(2023), 뉴욕 니켈 보셴 갤러리(2022), 화이트 큐브 파리(2022), 영국 이스트 서섹스 찰스턴(2021), 런던 화이트 큐브 버몬지(2021), 로스앤젤레스 모란 모란(2021), 뉴욕 39 그레이트 존스 스트리트(2020), 뉴욕 니켈 보셴 갤러리(2020), 로스앤젤레스 더 캐빈(2018), 뉴욕 니켈 보셴 갤러리(2017) 등에서 열렸다.
주요 작품
Tunji Adeniyi-Jones
Pearl White Dive, 2024
Price upon request
Tunji Adeniyi-Jones
Pearl White Harness, 2024
Price upon request
작가 소개
툰지 아데니-존스는 1992년 런던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에 영국 옥스퍼드대 러스킨예술대학에서 미술 학사 학위를 받은 후, 2017년 예일 미술 대학원에서 회화와 프린트 전공으로 MFA 학위를 받았다. 최근의 주요 개인전은 화이트 큐브 홍콩(2023), 뉴욕 FLAG 예술 재단(2023), 멕시코시티 모란 모란(2023), 뉴욕 니켈 보셴 갤러리(2022), 화이트 큐브 파리(2022), 영국 이스트 서섹스 찰스턴(2021), 런던 화이트 큐브 버몬지(2021), 로스앤젤레스 모란 모란(2021), 뉴욕 39 그레이트 존스 스트리트(2020), 뉴욕 니켈 보셴 갤러리(2020), 로스앤젤레스 더 캐빈(2018), 뉴욕 니켈 보셴 갤러리(2017) 등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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